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「술 권하는 사회」는 1921년 11월 『개벽』 에 발표된 현진건의 초기 단편소설이다. 식민지 조선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술을 벗 삼아 주정꾼으로 살아가는 나약한 근대적 지식인을 풍자한 자전적 신변소설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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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벽 1시, 아내는 바느질을 하며 아직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. 남편은 중학을 마치고 결혼하자마자 동경으로 가 대학까지 마치고 돌아왔다. 남편이 돌아오면 부유하게 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남편은 몇 달이 지나도 돈벌이는커녕 집에 있는 돈만 쓰고 걸핏하면 화를 낸다. 새벽 두 시가 한참 지나서야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 할 정도로 만취(滿醉)한 남편이 돌아온다. 간신히 방에 들어온 남편은 옷도 벗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쓰러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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벽에 엇비슷하게 기대어있는 남편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. 그의 말라붙은 관자놀이에 펄떡거리는 푸른 맥(脈)을 아내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남편 곁으로 다가온다. 아내의 한 손은 양복 깃을, 또 한 손은 그 소매를 잡으며 화(和)한 목성으로,
“자아, 벗으셔요.”
하였다.
남편은 문득 미끄러지는 듯이 벽을 타고 내려앉는다. 그의 쭉 뻗친 발 끝에 이불자락이 저리로 밀려간다.
“에그, 왜 이리 하셔요. 벗자는 옷은 아니 벗으시고.”
그 서슬에 넘어질 뻔한 아내는 애닯게 부르짖었다. 그러면서도 같이 따라 앉는다. 그의 손은 또 옷을 잡았다.

현진건 (玄鎭健. 1900~1943)

소설가. 호는 빙허(憑虛).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다. 처음에는 시를 썼으나 뒤에 소설로 전향했다. 연극인인 당숙 현희운 의 소개로 「희생화」를 1920년 < 개벽>지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. 이후 「빈처」로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졌고 이어 「술 권하는 사회」, 「운수 좋은 날」등의 걸작들을 발표해 염상섭, 김동인 등과 함께 초기 사실주의 문학의 확립자로서 그 위치를 굳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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